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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계약

확답 피하기

나관종 2016. 10. 28. 10:06

오늘은 UCP 해설은 조금 미뤄 두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확답 피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트레이더로서 일을 하다보면, 혹은 그냥 회사원으로서도,

어쨌거나 일을 하다보면 곤란한 순간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트레이더에게 정보는 생명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트레이더는 항상 정보를 감추는 것과 공유하는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죠.

상대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상대방이 나와 관계 유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할 정도로 정보를 공유 하면서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에 정보를 감추는 것도 중요하죠. 알고 있는 모든걸 나불대는 트레이더도 썩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트레이더를 보는 상대방의 마음가짐은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의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저놈이 나를 속여 먹을건 뻔한데 그렇다고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것도 매력 없다고나 할까요?


때문에 트레이더로서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선적이 지연되고 있는데 수요가에게 전화가 왔다고 해보죠.


수요가는 반드시 10월 말까지 선적을 해 달라고 신신 당부를 했고

10월 말까지 선적 되는걸 개런티 했기 때문에 다른 더 싼 카고를 물리치고 우리가 팔 수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선적이 딜레이가 된겁니다.

cargo ready가 delay 되어서 11월 15일까지 선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 보죠.


그런데 10월 15일에 수요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배를 언제 넣냐고 물어 보네요.

암... 선적이 딜레이가 되었기 때문에 배가 아직 없습니다.

지금 바로 수요가에게 그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쳐들어 오는 적은 맞서 싸우기 보다 한발 물러 서서 대응해야 합니다.

지금 맞서 싸우면 적에게 내가 가진 패를 전부 보여 주게 됩니다.

때문에 물러서서 재정비를 해야 하죠.


선적이 얼마나 딜레이기 될 지 정확히 알더라도 그걸 지금 수요가에게 바로 알려주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 '고지' 혹은 '알림'이란 것에는 전략적 판단이 들어있지 않거든요. 물론 솔직하게 고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솔직함에도 전략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갑작스런 질문을 받았을 때 "잘 모르겠다, 확인 해 보고 바로 알려 주겠다"라고 답합니다.

"너는 담당이 되가지고 그런것도 모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차라리 그럴땐 바보 담당이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자기의 자존심 때문에 쓸데없이 잘못된 한발을 내 딛는다면 그 걸음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지만, 한번만 자존심을 죽이고 잘못된 걸음을 내 딛지 않는다면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음으로 인해 일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죠.

선적 딜레이를 바로 알렸고 수요가는 도대체 왜 딜레이가 되냐고 물어 봅니다.

그런데... 나는 그 이유까지는 모릅니다. 그냥 선적 지연 상황만 알고 있었고 그 사실만 전달 해 주었을 뿐이라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수요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선적이 지연 된다고 이야기 하면서 아직 그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저는 수요가 입장에서는 바보입니다.

이렇게 해도 바보고 저렇게 해도 바보라면 상황을 제대로 완벽히 파악을 하고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한 전략을 세운 후에 수요가와 이야기 하는 편이 훨씬 더 뒷일을 풀어가기 쉬워 집니다.


때문에 확답을 피하는 것이 유리한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죠.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상무님이 들어 오셔서 물어 봅니다.

지난번 그 클레임건 어떻게 됐어?

암... 갑작스런 질문이라 잘 기억이 안나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잘 해결된 것으로 기억 합니다. -> 그런데 잘 해결 안되서 상무님에게 보고 올라가야 할 사안이 생김 -> 뭐야~! 이거 지난번에 다 해결됐다 하지 않았어?!?!

2) 아직 진행중인 것으로 기억 합니다 -> 그런데 그 다음번 클레임건들 보고에 그 건은 빠져 있음 -> 뭐야~! 그 건은 왜 빠져있어~! -> 아...그건 다 해결 됐는... -> 이 ㅆㅂ 진행 중이라매~!

3) 금방 확인 해 보고 별도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 뭐야~! 담당이 그런것 하나 숙지 못하고 있어~!?!?


뭐 셋다 그렇게 좋은 해결책은 아니죠?

물론 내용을 다 숙지 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일을 하다보면 의외의 곳에서 누군가 쑤~~~~욱 치고 들어 올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는 무작정 맞서 싸우지 말고 한발 뒤로 물러 서세요.


비지니스는 어차피 마라톤입니다.

지금 한발 물러난다고 영원히 물러나는것도 아니고

지금 한발 어설프게 내 딛는 것이 나중에 훨씬 더 큰 손해로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때는 정확한 팩트로 설득하고 답변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고 생각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확답을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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